서 론
2014년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연간 응급실 방문환자 중, 9세 이하는 1,741,354명(16.8%)이고 10세 이상 19세 이하는 914,607 (8.8%)명이었다[1]. 미국에서는 2011년을 기준으로 전체 응급실 방문환자의 약 18%가 소아 환자로 보고되었다[2]. 소아 환자는 성인에 비하여 질병과 손상의 증상 및 징후가 명확하지 않고 연령에 따라 질병의 양상과 경과가 다양하기 때문에, 소아 환자의 중증도 분류에는 보다 높은 숙련도가 요구된다[3]. 그러나, 동일한 환자 증례를 두고 일정한 분류도구 없이 복수의 소아과 전문의가 임의로 분류한 결과를 비교한 한 연구는, 의료진의 경험이나 지식만으로는 적절한 분류자 간 일치도를 확보하기 어려워, 정확한 분류가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4]. 따라서, 소아 환자 분류에는 객관적이고, 신속 정확한 분류도구가 필요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다양한 응급환자 분류도구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Emergency Severity Index (ESI)나 Canadian Triage and Acuity Scale (CTAS)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캐나다와 일본, 대만에서는 CTAS를 기반으로 한 분류도구를 사용하고 있다[5,6]. 그 외에도 국가별로 Australian Triage Scale, Manchester Triage scale 등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분류도구의 공통점은, 소아와 성인을 구별하여 시행된다는 점이다[7,8].
본 론
1. CTAS의 역사
1980년대 후반, 캐나다 정부는 예산 절감을 위해 사회분야별 지출을 분석하였고 그 결과, 국민총생산의 9–10%를 차지하는 보건 분야 지출이 체계적으로 운용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에 대한 개선 압박을 받았다. 응급의료 분야에서는 응급실 질병군 또는 진료체계의 변화가 응급실 방문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의 전체 진료과정을 알 수 있는 주증상, 체류시간, 업무량, 퇴원 시 진단, 예후 등을 알 수있는 자료수집 역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는 단순히 진료 분야의 문제를 넘어서, 응급의료체계 전반의 개혁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개혁을 위한 필수적인 단계로 캐나다 응급의학회는 응급의료의 과정과 정의를 표준화하기로 하였고, 그 첫 단계로 기관, 지역, 국가 간의 질병군과 긴급도를 비교할 수 있는 5단계의 응급환자 분류도구인 CTAS를 개발하였다. 또한 캐나다 보건정보국은 CTAS를 국가 표준 응급실 정보체계로 규정하였다[9].
소아 CTAS는 신뢰도 및 타당도가 검증된 도구로 알려져 있다[10,11]. 전체적인 평가과정(첫인상 평가-감염 선별-주증상 파악-1, 2차 고려사항을 바탕으로 분류단계 결정)은 소아와 성인에서 동일하다. 그러나 소아의 해부생리학적 특성과 연령, 발달단계, 심리사회적 특성을 평가의 개별적인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평가의 세부적인 방법이 달라진다[12]. 병원 전 단계까지 고려했을 때 가장 신속하게 소아의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도구는 Pediatric Assessment Triangle (PAT)이라고 제안되고 있다[13]. PAT는 초기 의식수준, 혈역학적 상태(피부색), 호흡상태의 3가지 요소를 근거로 소아 환자의 응급상황을 감별하는 도구이다. 그러나, PAT의 정확성을 평가한 연구에서는, PAT 단독으로 분류하는 것은 질환 별 예측도의 편차가 유발하기 때문에 보조적인 분류도구로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14]. PAT의 개념은 CTAS에도 포함되어 있으며, 첫인상 평가 단계에서 PAT를 근거로 CTAS 1단계 환자를 분류하도록 설명하고 있다.
2.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의 목적 및 개발과정
2008년 장중첩증 소아 사망사건과 대형병원의 만성적 과밀화, 최근 메르스 사태 등으로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비효율성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원 단계와 병원 전 단계를 포함한 단일 응급환자 분류도구를 통해 응급환자의 상태, 주변 응급실의 과밀화 정도, 특정 시술 가능 여부, 중환자 및 일반병실의 병상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분류도구를 통해, 119 구급대와 환자 및 보호자가 치료받기에 가장 안전한 병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를 위해 2012년 대한응급의학회는 캐나다 응급의학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CTAS를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수정보완하여,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 KTAS)를 개발하였다[15].
2014년에 KTAS의 신뢰도 및 타당도를 평가하기 위한 연구가 시행되었다[16]. 타당도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 이전 연구를 근거로 환자의 중증도 및 긴급도를 반영하는 지표인 입원 및 사망비율과 응급실 재실시간, 컴퓨터단층촬영 시행여부 등을 사용하였다[17]. KTAS 분류결과가 1단계에 가까울수록 중증도 및 긴급도를 반영하는 지표가 증가하였다. 한편 신뢰도 평가를 위하여, KTAS 교육을 받은 2명의 간호사가 동일 환자에 대해 실시간으로 독립적인 분류를 시행하여 분류자 간 일치도를 비교하였다. 일치도는 Weighted Kappa 값으로 검증하였으며, 두 병원에서 각각 Weighted Kappa는 0.9, 0.8로 나타났다. 이 과정을 통해, KTAS의 신뢰도 및 타당도가 검증되었다.
3. 소아 KTAS의 기본 구성 및 개념
KTAS는, CTAS를 기반으로 주증상과 1, 2차 고려사항에 따라 환자의 중증도와 긴급도를 분류하기 위한 도구이다[18]. 분류 알고리듬은 15세 기준으로 성인과 소아를 나누고, 성인 및 소아 공통으로 17개 증상군으로 나눈다. 각 증상군에 구체적인 증상이 포함되어 있어, 환자에게 해당하는 증상을 선택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에서 해당 증상의 중증도와 긴급도를 평가하기 위해 1차 고려사항(의식, 혈역학적 징후, 호흡곤란 정도, 체온, 출혈성질환, 사고기전) 또는 2차 고려사항 중 해당하는 항목을 선택하여 최종적인 KTAS 단계를 결정한다(Fig. 1). 소아 환자의 진료순위는 중증도에 따라 달라지며, 첫인상 평가에서 1, 2단계로 분류되는 경우 최우선적으로 진료를 받게 된다. 기타환자는 감염의심 여부에 따라 진료 구역이 변동될 수 있으며, 중증도에 따라 진료순위가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중증도가 낮은 경우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대기 환자의 증상 악화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3, 4, 5단계는 각각 30분, 1시간, 2시간 이내에 재평가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Fig. 2).
4. KTAS 개발 당시 소아 환자에 대한 델파이 결과
2012년 KTAS 개발 당시 외부 전문가 패널토의와 같은해 개최된 환태평양 응급의학회 패널토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1) 응급환자 분류도구의 적용범위 및 운영주체, 2)교육, 3) 운영방안 등의 주요 항목을 도출하여 이에 대한 델파이 설문조사 항목을 선정하였다. 설문조사는 대한응급의학회 회원과 응급간호학회, 대한응급의학회 회원의 기관에 소속된 응급구조사를 대상으로 시행하였다. 소아분야에서는 10개의 항목이 논의되었다(Appendix 1) [15].소아 구분을 위한 연령 기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3차에서 모두 15세가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으며, 최종 설문조사에서도 15세가 44.3%, 12세가 17.7%, 8세가 16.2%로 응답되었다.
5. 소아에서 KTAS 단계의 분포 및 특성
2014년 10–12월에 시행된 KTAS의 신뢰도 및 타당도 평가연구에 따르면, 권역 및 지역응급의료센터 각 4개소에서 KTAS를 시범 적용한 결과 소아 환자의 비율은 18.0%였다[16]. 소아 환자는 1–3단계의 비율이 성인에 비해서 낮았고[16], 이는 중증도가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Fig. 3). 위 연구의 자료 중 소아 환자 3,180명에 대해 추가적으로 분석한 결과는 Table 1과 같다. 성별에서는 단계별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내원 사유에서는 4–5단계에서 외상환자의 비율이 1–3단계에서 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체 연구대상 환자에서 외상환자의 비율이 28.1%였던 것을 감안할 때, 소아 외상환자의 중증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퇴원환자는 81.8%로 나타났으며, KTAS 분류가 경증일수록 퇴원환자의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응급 중재술이 중증도 지표로 사용되었는데 이는, ESI에서 중증도 분류기준으로 환자에게 투입되는 자원을 사용하는 것에 근거한 것이다[17]. 응급 중재술에 포함된 항목은 기관내삽관, 제세동, 전기적 심장율동전환, 경피적 심장박동 조율, 흉관 삽관, 심낭천자, 혈압상승제사용, 응급수혈 등이다. KTAS 분류에서 중증도가 높아질수록 응급 중재술이 시행된 비율도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Table 1.
Variable | KTAS | Total (n=3,180) | ||||
---|---|---|---|---|---|---|
Level 1 (n=20) | Level 2 (n=204) | Level 3 (n=l, 028) | Level 4 (n=l, 727) | Level 5 (n=201) | ||
Cause of ED visit | ||||||
Disease | 17 (85.0) | 189 (92.6) | 841 (81.8) | 1,105 (64.0) | 88 (43.8) | 2,240 (70.4) |
Non-disease | 3 (15.0) | 15 (7.4) | 187 (18.2) | 619 (35.8) | 100 (49.8) | 924 (29.1) |
Miscellaneous | 0 | 0 | 0 | 3 (0.2) | 13 (6.5) | 16 (0.5) |
Disposition | ||||||
Discharge | 4 (20.0) | 105 (51.5) | 744 (72.4) | 1,566 (90.7) | 185 (92.0) | 2,604 (81.8) |
Admission | 15 (75.0) | 99 (48.6) | 284 (27.6) | 161 (9.3) | 16 (8.0) | 575 (18.1) |
Death | 1 (5.0) | 0 | 0 | 0 | 0 | 1 (0.1) |
Intervention[*] | ||||||
Performed | 5 (15.0) | 10 (4.9) | 31 (3.0) | 64 (3.7) | 2 (1.0) | 112 (3.5) |
Not-performed | 15 (75.0) | 194 (95.1) | 997 (97.0) | 1,663 (96.3) | 199 (99.0) | 3,068 (96.5) |
결 론
2015년 KTAS 적용에 대한 보건복지부 시행규칙이 입법예고 및 확정되었다. 이에 따라 2016년 1월부터 전국의 권역, 전문, 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 초기 환자 분류에 KTAS를 사용하게 된다. 이를 통해 수집한 소아 응급환자의 질병군과 중증도 분포에 대한 초기 정보는, 향후 소아응급환자에 대한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 2012년 KTAS 개발단계와 2015년 수정 단계에서 CTAS를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추고, 번역상 오류를 수정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15년 12월 현재 전국 응급의료센터에서 시행되고 있는 KTAS 교육이 완료된 후에는,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면서 발생하는 수정사항과 오류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여 정기적인 개정작업을 시행해야 한다. 특히, 소아의 경우 CTAS에서 성인과는 별도로 개정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어, KTAS에서도 직접 소아진료를 시행하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및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포괄하는 전문가 집단의 참여를 통한 개정작업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