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례
특별한 과거력 및 기저질환이 없는 19개월 여아가 1시간 전 metofluthrin이 0.253% 함유된 액체 모기약(HomeMat Mosquito Liquid Alpha; Henkel Homecare Korea, Ansan, Korea) 1 mL (Metofluthrin 2.53 mg, 0.2 mg/kg)를 섭취하고 본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보호자에 따르면, 환아는 섭취 직후 뱉었고 보호자가 환아 입에 손을 넣었지만 토하지 않았다. 환아는 방문 2일 전부터 지속한 가벼운 기침 및 콧물에 대해 방문 당일 chlorpheniramine maleate 및 levodropropizine을 복용했고, 과량 복용하지는 않았다. 응급실 방문 당시, 의식은 명료했고 상기 호흡기증상에 추가로 빈호흡을 보였지만 쉰소리, 구토, 복통은 동반하지 않았다.
초기 활력징후는 혈압 141/65 mmHg (안정 후, 108/58 mmHg), 심박수 139회/분, 호흡수 60회/분, 체온 36.6°C, 산소포화도 94%였으며, 양쪽 폐 하부에서 천명과 수포음이 들렸다. 그 외 신체검사에서 이상소견은 없었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19,320/μL, 혈색소 11.6 g/dL, 혈소판 508,000/μL, C반응단백질 0.2 mg/L (참고치: 0-8 mg/L), 적혈구침강속도 2 mm/h였고, 정맥혈기체분석에서 pH 7.27, 이산화탄소 분압 50.7 mmHg, 탄산수소염 23.9 mmol/L, 염기결핍 3.1 mmol/L, 젖산 1.5 mmol/L였고, 혈청 전해질 및 생화학 검사 결과는 정상 범위였다. 방문 직후 일반방사선영상(일반영상)에서 양쪽 폐문 주변 침윤이 보였다(Fig. 1A).
임상 및 영상 소견에서 상기도감염 또는 구토 후 흡인으로 인한 폐렴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살충제 섭취 후 방문 과정에서 점점 심해진 빈호흡 및 천명을 근거로, 살충제 노출 후 발생한 기관지수축 또는 과민폐렴증(hypersensitivity pneumonitis)을 염두에 두고 산소를 투여하고(코삽입관 2 L/분), 방문 30분 후 salbutamol 및 budesonide 연무치료를 시행했다. 그러나 산소포화도가 91%로 떨어지고 기침과 천명이 악화하여, 방문 1시간 후 산소 투여 속도를 3 L/분으로 올렸다. 심한 복부팽만에 관하여 빈호흡으로 인한 공기삼킴증을 의심하고, 코위관 삽입 및 배액을 시작했다. 곧이어 같은 약으로 연무치료를 다시 시행하고 산소포화도는 95%로 상승했다. 방문 1시간 15분 후 시행한 일반영상에서 코위관은 위 내에 위치했으나, 방문 당시보다 양쪽 폐문 주변 침윤 및 폐 하부 경화가 증가했다(Fig. 1B).
전술한 폐 경화 증가 소견과 산소포화도 상승에도 지속하는 호흡곤란 및 천명을 근거로 과민폐렴증을 진단으로 추정하고, 방문 1시간 20분 후 dexamethasone (0.3 mg/kg/일, 3회로 나누어)을 정맥투여하고, 방문 1시간 30분 후 고유량 코삽입관(AIRVO 2 [Fisher & Paykel Healthcare, Panmure, New Zealand])을 적용했다(15 L/분, 흡입산소분율 30%).
상기 조치 후에도 산소포화도가 88%-95% 범위에서 변하고 호흡곤란도 지속하여 흡입산소분율을 40%로 올리고, 응급실 방문 2시간 20분 후 활성탄을 코위관으로 투여했다. 투여 직전 열(38.0°C)을 처음으로 확인하여 ibuprofen을 정맥투여했다. 활성탄은 원래 12 g (1 g/kg)을 투여하려고 했으나, 투여 도중 발생한 구역으로 인해 7.5 g 투여 후 중단했다. 활성탄 투여 30분 후 다시 시행한 일반영상에서 양쪽 폐 하부 경화가 다소 증가했으나(Fig. 1C), 호흡곤란이 점차 호전되어 흡입산소분율을 30%로 낮췄다. 이후 추가 조치 없이 관찰했고, 산소포화도 100%로 유지되고 기타 활력징후도 안정적이었다. 방문 6시간 후 salbutamol 연무치료를 1회 추가 시행했고, 방문 7시간 후 일반병실에 입원했다.
입원 후 연무치료(salbutamol 및 budesonide)와 함께 methylprednisolone (1.5 mg/kg/일, 3회로 나누어) 및 ampicillin-sulbactam 정맥투여를 유지하며 점차 증상이 호전됐다. 이에 제3병일에 산소 투여를 중단하고(Fig. 1D), 코위관을 제거하고 경구 영양을 시작했고, 스테로이드를 경구 제제(prednisolone [1 mg/kg/일, 3 회로 나누어])로 바꿨다. 입원 후 열은 호전됐으나, 제3병일 밤에 열이 재발하고 제4병일에 C반응단백질 농도가 22.5 mg/L로 증가했다. 추적 일반영상에서 양쪽 폐에 간유리음영 및 경화가 약간 남았으나, 응급실 방문 당시 가장 심했던 소견보다 호전됐다(Fig. 1E). 방문 당시 시행한 혈액배양 및 방문 3시간 후 시행한 중증급성호흡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2 중합효소사슬반응(코인두 및 가래)은 모두 음성이었으나, 제4병일에 시행한 중합효소사슬반응에서 리노바이러스가, 가래배양에서 폐렴알균이 각각 검출됐다. 같은 날 저녁, 열이 지속하는 상태에서 보호자가 환아의 병실 적응 어려움을 이유로 퇴원을 요청하여, amoxicillin-clavulanate 및 prednisolone (1 mg/kg/일, 3회로 나누어)을 처방하고 퇴원시켰다.
퇴원 3일 후, 외래에서 환아의 발열이 호전되어(1-2회/일) 스테로이드를 절반으로 감량했다. 퇴원 10일 후, 호소하는 증상 없이 일반영상에서 양쪽 폐 경화가 호전됐고(Fig. 1F) C반응단백질 농도가 1.2 mg/L로 감소하여, 항생제 및 스테로이드 요법을 중단했다. 현재 환아는 합병증 없이 추적조사 중이다.
고찰
피레스로이드는 피레스린(pyrethrin)의 합성 유사물질로, 피레스린보다 효능 및 환경 잔류성 면에서 우수하다고 알려졌다5). Metofluthrin은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로서 포유류보다 곤충에서 약 2,000배의 독성을 보이며 기존 유기인 살충제보다 인체에 안전하다고 간주한다2,4,5,6). Metofluthrin 경구 노출 용량 및 인체 독성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 없다. 쥐 대상 연구에서 최대 100 mg/kg 경구 투여에도 중간치사용량에 못 미치고, 1년간 진행한 개 대상 연구에서는 반복 경구 노출 시 허용 노출 수준(acceptable exposure level)은 0.1 mg/kg/일, 독성이 관찰되지 않은 최대 용량(no observed adverse effect level)은 10 mg/kg/일로 각각 보고됐다7).
피레스로이드는 나트륨 통로의 폐쇄를 지연시켜 나트륨 이온 유입을 늘리고 지속적 탈분극을 유발하여 신경전도 장애를 일으킨다4,6,8,9). 또한 일부 피레스로이드 계열은 염화물 통로 및 감마아미노뷰티르산 개폐 염화물 통로에도 영향을 주어 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4,8). 피레스로이드는 일반적으로 지방 조직에 축적되지 않고 간에서 빠르게 비독성 물질로 대사된다고 알려졌으나, 중독 증상으로 두통, 피로, 어지럼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섭취 수 분 이내에 구역, 구토, 복통, 분비물 증가, 인두통 등을 일으킬 수 있다4,6,8,10,11). 비정형 증상으로, 인공호흡기 보조가 필요한 호흡부전, 저혈압, 폐렴, 급성콩팥손상, 의식저하, 발작 등이 발생할 수 있다6,12).
소아 연구는 드물지만, Cha 등6)의 성인 대상 연구에서 피레스로이드 중독 환자 중 39.3%에서 비정형 증상을 보였고, 이 중 인공호흡기 보조가 필요한 호흡부전이 가장 흔했다(17.9%). 또한 미국에서 5년간 피레스린 및 피레스로이드 살충제의 급성 중독 사례(총 407례)를 조사한 연구에서도 가장 흔한 증상은 호흡기 증상이었고(52%), 구체적으로 기침(28%), 호흡곤란(22%), 천식 악화(11%), 천명(8%) 등이었다11). 피레스로이드 중독은 대부분 6일 이내에 회복되며 사망률은 낮다고 알려졌으나, 비정형 증상이 발생하면 중대한 이환 및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4,12). 1983-1988년에 중국에서 보고된 급성 피레스로이드 중독 573례 중 사망은 7례였고, 사인은 경련발작(4례), 비심장성 폐부종(1례), 유기인살충제 및 피레스로이드 혼합 중독(1례), atropine 중독(1례)이었다3,4).
피레스로이드에 대한 해독제는 없고, 눈 또는 피부 노출 즉시 세척하거나 섭취 후 위장관 오염제거가 권장되며 대증요법을 시행한다4,5,8,13). 위세척은 흡인을 초래할 수 있어 피해야 하지만4,5),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가 숯에 흡착된다는 실험적 근거가 있어, 활성탄은 흡인 위험을 고려하면서 신중히 투여할 수 있다4,5). 감각이상은 대개 12-24시간 이내에 호전되나, 세척 후 비타민 E 크림이 도움 될 수 있다4,13). 발작 시 diazepam과 같은 항경련제를 투여하며, 과도한 침 분비를 조절하는 데에 atropine이 도움 될 수 있지만 atropine 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4,8).
과민폐렴증은 외인성 알레르기 폐포염(extrinsic allergic alveolitis)이라고도 불리며, 다양한 환경 항원에 의한 면역 매개 염증의 결과로 발생하는 증후군이다14,15). 임상적으로 열, 오한, 근육통 등 독감 유사 증상이 특징이고, 호흡곤란 및 기침 등이 나타날 수 있다14,15). 알레르기 항원 노출 6-24시간 이내에 증상이 최고조에 달하며 수 시간에서 수 일 동안 지속하는데, 백혈구 수, C반응단백질 농도, 적혈구침강속도가 증가하며, 흉부 일반영상은 급성기에 비특이적 또는 정상 소견을 보일 수 있지만, 다양한 간유리 또는 미세결절 음영의 조합을 보일 수 있다14-16). 또한, 고해상컴퓨터단층촬영에서는 정상 또는 간유리음영과 미만성 경화 소견 등을 보일 수 있다15).
아직 소아 과민폐렴증에 대한 진단기준이 존재하지 않지만, 노출력, 호흡기증상, 영상 소견이 중요한 초기 평가 기준이다15). 기관지폐포세척은 과민폐렴증 의심 시 폐포염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민감한 검사이지만, 분명한 노출력, 영상 소견, 치료에 대한 반응을 보인다면 필요성이 떨어지고, 특히 소아에서는 진단 가치가 떨어진다15,17). 임상 진단이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면, 폐 생검이 필요한 경우는 드물다15,17).
과민폐렴증은 유발 요인을 회피하면 대부분 치유되지만, 스테로이드 요법(예: 급성기, 경구 prednisone 0.5-1 mg/kg/일, 최대 60 mg/일, 1-2주 복용 후 서서히 감량)이 급성기 증상, 영상 소견, 폐기능 개선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14-18). 또한, 증상이 지속하거나 폐기능 또는 고해상컴퓨터단층촬영에서 심각한 손상이 있다면, methylprednisolone 충격요법(pulse therapy)과 같이 스테로이드 정맥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15). 그러나, 아직 소아 스테로이드 요법에 관한 지침 및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다15,19).
George 등20)은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 15 mL 섭취 이후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이 발생한 30세 환자에서 methylprednisolone (2 mg/kg/일, 4회로 나누어)을 정맥투여하여 호전된 사례를 보고했다. 해당 저자는 피레스로이드가 나트륨 통로에 영향을 주어 폐포 상피의 삼투 경사(osmotic gradient)를 무너뜨려 폐포 침윤이 발생하고, 피레스로이드 과민반응으로 진행성 염증이 발생했다고 추정했다20).
본 증례에서도 살충제로 인한 과민폐렴증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며, 이는 스테로이드 및 지지요법이 도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과민폐렴증을 조직학적으로 진단하지 못했으므로, 환아의 호흡곤란 및 영상 소견이 섭취 전 발생한 호흡기감염, 또는 보호자의 구토 유발, 코위관 삽입 또는 활성탄으로 인한 흡인에 기인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방문 당시 및 상기 처치 전후 구토가 없었고 입원 후 가래 및 분비물에서 활성탄이 관찰됐다는 기록이 없어, 흡인과 호흡곤란 및 영상 소견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 입원 기간 중 호흡곤란, 활력징후, 일반영상이 계속 호전되고 제3병일에 열이 재발하고 제4병일에 C반응단백질 농도가 증가한 시점에서 리노바이러스 및 폐렴알균을 확인했으므로, 병원내감염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평소 건강하던 환아가 가벼운 호흡기증상만 보이다가 살충제 섭취 후 응급실 방문 과정에서 급성 호흡곤란을 보였고, 수 시간 내 영상 소견이 급격히 악화한 점, 그리고 스테로이드 정맥투여와 더불어, 인과관계는 불분명하나 활성탄 투여 후 증상이 호전됐다. 따라서, 본 저자는 방문 당시 호흡곤란 및 영상 소견은 metofluthrin 섭취로 인한 과민폐렴증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본 증례는 가정용 살충제로 쓰이는 피레스로이드계 metofluthrin을 소량 섭취한 소아에서도 호흡곤란이 유발될 수 있음을 보고함으로써, 소아 중독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사의 주의를 촉구한다. 치료 면에서, 스테로이드 요법, 적극적 대증요법이 도움 될 수 있으며, 활성탄은 흡인 위험으로 신중히 투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