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신생아 루푸스는 임신나이 16-26주에 모체 자가항체가 태반을 통해 전달되어 발생한다. 1954년에 Bridge와 Foley[1]가 모체의 루푸스 관련 인자가 신생아에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고, 같은 해 McCuistion과 Schoch[2]가 첫 증례를 보고했다. 이 질환은 핵단백 항원인 SSA, SSB 또는 U1-리보핵산단백질에 대한 자가항체를 가지는 전신홍반루푸스, 쇠그렌증후군, 류마티스관절염 등을 진단받은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신생아 중 약 2%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3,4]. 피부증상(약 40%)이 가장 흔하고 혈구 이상(약 20%), 간기능 이상(약 15-25%)도 나타날 수 있으며, 가장 치명적인 선천심장차단은 약 25%에서 나타난다[5].
신생아 루푸스의 임상증상은 선천심장차단 외에는 비특이적이므로, 열 및 발진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3개월 미만 영아에서 이를 감별하기 어렵다. 감염을 우선 감별해야 하지만, 증상이 지속하면 비교적 드문 감별진단인 신생아 루푸스를 의심해야 한다. 본 저자는 자가면역질환이 없는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47일 여아가 열 및 발진으로 응급실을 방문하여 패혈증 및 다형홍반을 의심했지만, 상기 질환으로 최종 진단한 증례를 경험했다. 본 증례는 열 및 발진을 동반한 3개월 미만 영아의 감별진단에 이 질환을 포함해야 한다는 시사점이 있어, 이를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한다. 본 연구는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연구심의위원회에서 심의 후 서면동의를 면제받았다(IRB no. 4-2020-0935).
증례
생후 47일 여아가 1주간 지속한 발진과 당일 발생한 열을 주소로 응급실을 방문했다. 환아는 임신나이 40주 1일, 체중 2.84 kg, 정상 질분만으로 출생했고, 출생전후기에 특이 병력은 없었다. 환아는 첫째 아이였고, 특이 가족력은 없었다.
응급실 방문 당시 활력징후는 혈압 101/57 mmHg, 심박수 166회/분, 호흡수 30회/분, 체온 38.4℃, 산소포화도 100%였다. 체중은 5.0 kg (90-95 백분위수), 키는 52.0 cm (10-25 백분위수)이며, 체질량지수는 18.5 kg/m2이었다. 신체검사에서 전신에 분포한 다수의 홍반구진 외 정상이었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9,590/μL, 혈색소 10.0 g/dL, 혈소판 409,000/μL, C-반응단백질 24.4 mg/L (참고치, 0-8 mg/L), 적혈구침강속도 33 mm/hr였으며, 소변검사, 뇌척수액 검사, 전해질, 혈당, 크레아티닌, 간기능 검사는 정상 범위를 보였다. 복부 단순방사선사진 및 심전도 결과는 정상이었다(Fig. 1A).
임상증상 및 C-반응단백질 농도를 근거로 패혈증을 의심했고, 배양(혈액, 소변, 뇌척수액) 결과를 기다리며 ampicillin-sulbactam 및 cefotaxime을 정맥내 투여했다. 피부과 협진 결과, 감염 연관 다형홍반 가능성이 높다는 답변을 받았다. 추가 시행한 마이코플라즈마 및 단순포진바이러스 항체 검사는 음성이었다. 제3병일 이후 해열되고 발진은 호전 양상을 보였으며, 상기 배양 음성으로 확인하여 항생제 투여를 중단하고, 제4병일에 퇴원했다.
퇴원 7일 후, 전신 홍반구진 범위가 첫 입원 당시보다 넓어지고 서로 융합하는 양상을 보이고 열이 재발하여 외래를 통해 다시 입원했다. 피부 병소 외 가와사키병의 임상증상은 없었다. 백혈구 15,390/μL, 혈색소 10.4 g/dL, 혈소판 373,000/μL, C-반응단백질 63.4 mg/L, 적혈구침강속도 19 mm/hr, 프로칼시토닌 0.45 ng/mL (참고치, 0-0.5 ng/mL), 뇌나트륨배설펩타이드 1,354 pg/mL (참고치, 37-1,000 pg/mL)였다. 소변, 전해질, 혈당, 크레아티닌, 간기능검사는 정상 범위를 보였다. 환아는 제3병일까지 열 및 발진을 지속했고, 심초음파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감별진단을 위해 재입원 당시 시행했던 자가항체 검사 결과는 항핵항체 1:320 양성, 항-SSA 항체 양성, 항-SSB 항체 음성으로 확인했고, C3 87.0 mg/dL (참고치, 90-180 mg/dL), C4 4.3 mg/dL (참고치, 10-40 mg/dL), CH50 3.2 U/mL (참고치, 36.2-69.6 U/mL)으로, 피부 병소를 동반한 신생아 루푸스로 진단했다. 이에 정맥내 dexamethasone 및 경구 hydroxychloroquine sulfate 투여를 시작했다. 재입원 당시 시행한 심전도도 정상 소견을 보였다(Fig. 1B). 치료 후 열 및 발진은 호전되어, 제5병일에 정맥내 dexamethasone을 경구 prednisolone으로 바꾸고 퇴원했다.
퇴원 후 열 및 발진은 재발하지 않았고, prednisolone과 hydroxychloroquine sulfate는 항-SSA 항체가 음전될 때까지 4개월간 사용했다. 약 중단 1개월 뒤에 외래에서 시행한 항-SSA 항체는 음성이었고, 이후 2년간 재발하지 않았다. 환아가 신생아 루푸스로 진단된 후 류마티스내과에 환아의 어머니에 대한 검사를 의뢰한 결과, 무증상 쇠그렌증후군으로 진단됐다(항핵항체 1:320 양성, 항-SSA 항체 양성, 항-SSB 항체 음성).
고찰
3개월 미만 영아가 신생아 루푸스의 특징적인 증상인 선천심장차단 없이 피부증상, 혈구 이상, 간기능 이상과 관련하여 응급실을 방문하면, 초기 감별진단으로 신생아 루푸스를 고려하기 어렵다. 본 증례는 원인 불명의 열 및 발진을 반복하면 이 질환을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영아에서 단독의 원형 또는 타원형 홍반 병소가 있으면, 두드러기, 진균감염, 습진, 약물발진 등 다양한 피부질환을 감별해야 한다[6]. 발진이 열을 동반하면 대개 바이러스감염과 연관되고, 기타 선천감염, 세균감염, 자가면역질환, 결합조직병을 고려해야 한다[6]. 발진 양상 및 열 외 동반 증상을 고려하여 가능성이 높은 바이러스감염 및 패혈증을 배제한 후에도 열 및 발진이 지속하면 가와사키병, 신생아 루푸스, 백혈병 등 비(非)감염 원인을 감별하기 위한 추가 검사를 계획해야 한다[6,7].
신생아 루푸스의 전형적 피부 병소는 원형 또는 타원형 홍반성 반 또는 판이 주로 눈꺼풀 주위, 두피, 얼굴 등 햇빛에 노출되는 부위에 나타나며 빛민감성을 가진다[8]. 홍반 병소는 대개 생후 6개월 이내에 반흔 없이 소실되며, 이는 영아 혈액 내 자가항체 소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9]. 따라서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지만, 글루코코르티코이드 도포 또는 햇빛 노출 최소화가 도움이 될 수 있다[10].
선천심장차단은 약 80% 에서 구조적 심장 이상 없이 나타난다[11). 출생 후 신생아 루푸스에 연관된 심장차단이 있으면 사망률이 높고, 차단 정도에 따라 심장박동조율기 삽입, 약물요법, 혈장분리교환 등이 필요할 수 있다[12]. 빈혈, 백혈구감소증, 혈소판감소증 등 혈구 이상 및 간기능 이상은 대개 자연 호전되지만, 스테로이드 또는 면역글로불린 요법이 필요할 수 있다[11].
신생아 루푸스는 임상증상, 모체 및 신생아 혈청 자가항체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12]. 이 질환을 진단받은 환아가 생후 6개월 이후 자가항체 소실로 피부증상 및 혈구 이상 등이 호전되더라도, 추후 자가면역 또는 류마티스 질환에 이환될 위험이 크므로 장기 추적관찰이 필요하다[13]. 또한, 신생아 루푸스 환아의 어머니 중 약 65%가 무증상이므로, 출생전후기에 무증상이라도 상기 진단 이후 어머니에 대한 자가항체 검사 및 장기 추적관찰이 필요하다[14].
본 증례에서 자가면역질환 과거력이 없는 어머니가 출산한 생후 47일 여아가 열 및 발진으로 응급실을 방문하여 신생아 루푸스로 진단되고, 어머니는 추후 무증상 쇠그렌증후군으로 진단됐다. 이는 3개월 미만 영아에서 원인 미상 발진이 거듭 나타나면 신생아 루푸스를 의심해야 하고, 자가항체 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