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장중첩증(intussusception)은 아이들의 장폐쇄를 유발하는 가장 많은 원인으로 생후 3개월에서 12개월 사이에 호발 한다. 장중첩증의 90%는 회결장 유형(ileocecal type)으로 공기 정복을 통해 대부분 잘 치료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2]. 이에 반해 소아의 소장 중첩증은 성인에 비해 매우 드물며 공기 정복이 잘 되지 않아 자연적으로 정복되기를 기대하면서 환아의 상태를 관찰하거나 필요시에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3,4]. 장중첩증의 치료가 지연되거나 치료가 되지 않을 경우 장허혈이 지속되어 장천공 혹은 장괴사가 발생할 수 있다[1]. 저자들은 회결장(ileocecal) 장중첩증의 치료 후 회장 부위에 소장 중첩증이 새롭게 발생한 환자에서, 장폐쇄와 동반되어 저혈량 쇼크(hypovolemic shock)를 보인 임상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건강하던 생후 5개월 여아가 하루 전 새벽부터 비담즙성 분출구토와 함께 혈변 증상을 보여 해당일 저녁 8시경 타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타 병원에서 시행한 초음파검사에서 회결장 장중첩증으로 진단이 되어 공기 정복술을 시행을 받고 입원하여 경과 관찰을 하였다. 다음날 오전 장중첩증이 재발하여 공기 정복술을 다시 시행 받았다. 정복 직후 3차례 다량의 혈변이 있어 반복 시행한 초음파에서 회장 말단 부위(terminal ileum)에 장중첩증과 함께 장폐쇄가 보여 자연 정복을 기대하며 경과 관찰을 하였다. 추적 검사한 초음파에서 회장 말단 부위의 장중첩증은 회복되었으나 회장 부위에 소장 중첩증이 새롭게 확인되었고, 장폐쇄가 지속되면서, 환아는 점점 더 처지고 발열이 생겨 수술적 처치 등을 위해 본원으로 전원 되었다.
전원 당시 환아는 처진 상태로 구토 및 혈변의 증상을 보였다. 활력 징후는 혈압 109/62 mmHg, 맥박 140회/분, 호흡 48회/분, 체온 35.8°C, 산소포화도는 100%였다. 신체검사에서 혀와 입술은 말라 있었으나 대천문의 함몰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복부 검진에서 복부가 팽만 되어있었고 장음은 약하게 청진이 되었다. 우상복부와 우하복부를 만질 때 보채는 모습을 보였으나 만져지는 덩어리는 없었고 장음은 약하게 청진 되었다.
초기 말초혈액 검사와 혈액 응고 검사는 정상 범주였으나, 정맥혈 가스 분석에서 중탄산염 (HCO3−) 은 19.5 mmol/L로 감소되어 있었고, 전해질 검사에서 나트륨 이온 측정치는 132 mmol/L로 감소되었다. C 반응성 단백(CRP)은 2.89 mg/dL(본원 정상 범위: 0~0.5 mg/dL)로 상승되었다. 복부 단순 촬영에서는 장마비 소견이 관찰되었고 다시 시행한 복부 초음파에서는 소장에서 감입부(intussusceptum)가 보이나, 혈류는 유지되고 있으며 장중첩증의 선도점(leading point)은 없었다(Fig. 1).
소아외과에 협진하여 입원을 계획하고 응급실에서 경과 관찰하였다. 내원 약 2시간 후 환아의 혈압은 51/34 mmHg로 급격히 떨어졌으며 맥박이 166회/분으로 상승하였다. 생리식염수 160 ml (20 ml/kg, 320 cc/hr)를 투여 하였으나, 상태 악화되는 양상 보여 다시 생리 식염수 300 ml를 급속 주입하였다. 그러나 혈압은 45/30 mmHg까지 저하되고 맥박과 호흡이 각각 190회/분과 60회/분까지 빨라지며 창백한 모습을 보여, 지속적으로 수액을 주입하고 수혈 준비를 하였다. 두 차례의 생리식염수부하 주사로 혈압은 90/63 mmHg까지 상승하였고 다시 측정한 체온은 38.5°C였다. 지속적인 혈압 유지를 위해 도파민 지속정맥주입을 시작하였고, 농축적혈구 90 ml (2.25 ml/kg)를 수혈하였다.
장괴사, 복막염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복부 컴퓨터단층촬영술(Computed tomography, 이하 CT)을 시행하였다. 복부 CT에서 위장관에 장중첩증 소견은 보이지 않으나, 회장 말단 부위에서 장벽이 두꺼워져 있고, 소장 내부에 액체 저류와 함께 장이 늘어난 소견이 관찰되었다. 위장관 내에 혈류 감소의 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나 복강 내에 많은 양의 복수가 관찰되었다. 이러한 소견들은 장중첩증 정복 후 발생하는 울혈이나 염증 또는 허혈에 의한 변화로 추정되었다(Fig. 2). 복부 CT 검사 후 진단적 개복술을 시행하였다. 수술실 소견에서는 다량의 복수가 있었으나, 전장에 걸쳐 장괴사 및 천공 혹은 중첩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회장 말단과 상행 결장에 공기 정복으로 인해 발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장막 손상 및 장 표면의 출혈성 병변 외에는 특이 소견이 없어 소장 중첩증이 저절로 정복된것으로 추정되었다(Fig. 3). 환아는 중환자실로 옮겨진 뒤 관찰하였고 안정적인 상태로 수술 후 4일째 퇴원하였다.
고 찰
소장 중첩증은 장중첩증에서 드물게 발생되는 형태로, 이전의 한 연구에서는 모든 장중첩증 중에서 1.68%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한 바 있다[4]. 소장 중첩증은 질병 경과상 자연적으로 치료되는 경우가 있으며, Kornecki 등[7]의 연구에서는 소장 중첩증 환자에서 중첩된 소장이 자연적으로 정복될 때까지 기다리는 기대 치료의 성공률이 높아졌다고 보고하고 있다. 소장 중첩증은 공기 정복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회장결장 중첩증과 달리 회결장판(ileocecal valve)이 저항으로 작용하며, 공기 주입부에서부터 중첩 부위까지의 거리가 멀고, 소장의 벽이 얇아 회장결장 중첩증의 경우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압력보다 더 많은 압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3].
장중첩증 환자에게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는 장의 허혈, 천공 및 선도점이 있는 경우나 공기 정복 또는 수압을 이용한 정복이 실패한 경우이다[3]. 본 증례의 경우 회결장 중첩증의 공기 정복 후 장중첩증이 재발되어, 다시 공기 정복을 시행하였으나 소장 중첩증이 새로이 발생하고 장폐색이 동반되었다. 초음파상 장의 혈류가 유지되는것으로 판단되었으며,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는 기대 치료중 저혈량성 쇼크가 발생하였다.
Hanquinet 등[5]의 연구에서 정복이 되지 않고 장이 괴사된 회장결장 중첩증 환자에서 도플러 초음파상 혈류가 있었던 경우가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Sheung 등[4]의 연구에서도 유사한 경우가 있어, 도플러 초음파에서 관찰되는 혈류가 장의 생존여부를 보장하지는 못한다고 하였다. 이번 증례의 경우도 도플러 초음파상 장의 혈류가 유지되는 것으로 보고 기대 치료를 시행하였으나, 환자의 혈압이 떨어지고, 맥박이 상승하며, 체온이 상승되는 모습보여 장 괴사에 의한 복막염 의심 하에 수술을 시행하게 되었다. 비록 수술 소견에서 명확한 장중첩증, 장괴사, 장천공은 보이지 않았으나 임상 경과로 미뤄 보았을 때, 저혈량쇼크 증상을 보일 당시에는 소장중첩 부위에 장허혈에 의한 초기 염증 반응이 있었으나, 수술 당시에는 저절로 장중첩이 풀려 있어 병적인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수술 시 발견된 다량의 복수도 쇼크 증상을 유발하는데 기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장중첩증에 의한 일반적인 합병증으로는 혈량저하증, 패혈증, 내독소혈증 등이 있으며, 영상학적 시술과 연관된 합병증은 주로 장천공 또는 혈관밖 체액 손실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 Royal[6]의 연구에서는 장중첩증의 공기 정복과 세균혈증의 발생 위험이 연관이 있다고 하였으나, 항생제를 사용하여 치료하지는 않았다고 하며, 장중첩증을 공기정복한 후 열이 발생하는 것과 시술 후 세균혈증 혹은 패혈증의 발생과는 연관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소장 폐색이 동반된 생후 5개월 장중첩증 환자에서공기 정복 후 저혈량쇼크 발생을 보고한 한 증례 보고에서는 공기 정복 시술의 합병증보다는 장관 내로의 체액 손실과 시토카인 또는 내독소와 같은 물질 분비와 연관되어 복강 내와 장관 내로 체액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하였고, 이 저자들은 정복 시술 전 수액 보충을 충분히 하고 환자의 수분 상태를 감시하라고 권장하고 있다[6].
본 증례에서 갑작스러운 저혈량쇼크 발생은 다음의 두가지 원인이 복합되어 생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첫째, 장중첩증에 동반된 장폐쇄 및 초음파에서 확인되지 못한 장허혈에 의해 다량의 체액 손실이 발생하였고 둘째, 이러한 상황에서 충분한 양의 수액 보충과 모니터링이 되지 못한점이다. 이번 증례의 교훈은 장기간 경과된 장중첩증 환자에게는 충분한 수액 공급을 해야 하고 수분 상태를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초음파에서 장으로의 혈류량이 유지되는 경우라도 장의 관류 상태가 충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임상 양상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